전기차는 친환경 이동 수단의 상징처럼 자리 잡았습니다. 정부와 기업, 언론 모두가 전기차를 탄소 중립 사회로 가는 핵심 열쇠로 홍보하고 있죠. 그런데 과연 전기차 소유자는 내연기관차 오너보다 실제로 더 친환경하게 살아가고 있을까요. 단순히 배출가스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탄소 발자국이 낮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요. 이번 글에서는 전기차 소유자의 탄소 발자국이 실제로 어떻게 계산되는지, 친환경 논란의 이면에는 어떤 진실이 숨어 있는지 깊이 있게 살펴봅니다.
1. 제조부터 배터리까지, 보이지 않는 탄소 발자국의 진실
전기차는 운행 중 배출가스가 없는 제로 에미션 차량으로 분류됩니다. 실제로 도로 위에서 달릴 때는 배기구에서 이산화탄소가 나오지 않으니 분명 친환경처럼 보이죠. 하지만 진짜 문제는 차량이 생산되는 과정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내연기관차와 달리 전기차에는 거대한 리튬이온 배터리가 들어가는데 이 배터리 하나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광물 채굴, 제련, 배터리 셀 제조 과정에서 상당량의 온실가스가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전기차 1대의 배터리를 만들기 위해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대략 810톤에 달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내영기관차의 경우, 엔진과 변속기 등 주요 부품생산에서 나오는 탄소량이 평균 35톤 수준에 머무르는 것과 비교하면 전기차의 생산 초기 탄소 부채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여기에 들어가는 희귀 금속은 대부분 지구 반대편 개발도상국에서 채굴됩니다. 이 과정에서 원시림 훼손, 지하수 오염, 노동 착취 등 다양한 사회적 비용이 동반된다는 점 역시 숨은 탄소 발자국으로 지목됩니다. 깨끗해 보이는 전기차가 실제로는 지구 어딘가에서 환경 부담을 떠안고 있다는 의미죠.
또한 배터리 셀의 제조 공정은 에너지 집약적인 산업에 속합니다. 만약 배터리 생산 공장이 석탄 발전 비율이 높은 국가에 있다면, 그만큼 더 많은 탄소가 배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전기차 한 대가 소비자에게 전달되기까지 남기는 탄소 발자국이 생각보다 크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2. 충전하는 전기의 출처가 바꿔놓는 탄소 발자국
전기차 오너의 탄소 발자국을 논할 때 가장 많이 놓치는 부분이 바로 충전 전기의 출처입니다. 전기차는 분명히 주행 중 직접적으로 매연을 뿜지 않지만 그 에너지의 근원이 석탄,가스 등 화석 연료라면 간접적으로 상당한 탄소를 배출하고 있는 셈입니다.
대표적인 예로 유럽연합 내에서도 재생에너지 비율이 높은 노르웨이, 스웨덴 등은 전기차 충전 시 탄소 배출량이 극히 낮은 편입니다. 이와 달리 폴란드, 에스토니아, 헝가리 등은 여전히 석탄,가스 발전에 의존하고 있어 전기차를 충전할 때 간접 탄소 배출이 내연기관차에 비해 그다지 낮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한국 역시 전체 전력 중 재생에너지 비중이 약 10% 남짓으로, 전기차 보급에 비해 청정 전력 전환이 아직 더딘 상태입니다.
실제로 차량 1km 주행당 탄소 배출량을 비교하면 100% 재생에너지로 충전된 전기차는 거의 0에 가깝지만, 화석 연료 비중이 높은 국가에서는 1km당 80~100g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될 수 있습니다. 이는 최신 하이브리드 차량과 비슷한 수준이기도 하죠.
이 밖에도 충전 인프라가 운영되는 과정에서도 추가적인 에너지가 소비됩니다. 전국 곳곳에 충전소를 설치하고 이 설비를 유지하는 데 들어가는 자재·전기 역시 전기차 소유자의 간접 탄소 발자국에 포함되어야 합니다.
결국 전기차=친환경이라는 단순 공식이 통하려면, 충전에 사용되는 전기가 반드시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바뀌어야만 진정한 탄소 절감 효과가 발생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3. 친환경 전기차 소유의 조건, 지속가능한 순환과 소비의 실천
그렇다면 전기차 소유자가 실제로 탄소 발자국을 최소화하는 진짜 친환경인이 되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요? 첫 번째는 지속가능한 소비의 원칙입니다. 전기차 역시 자동차이므로 불필요하게 자주 바꾸거나 새 차량을 무분별하게 소비한다면, 아무리 주행 중 배출가스가 없어도 생산과 폐기 과정에서 엄청난 자원과 에너지가 낭비됩니다. 오래 쓰고 필요한 만큼만 구매하는 것이 탄소 절감에 훨씬 더 효과적입니다.
두 번째는 배터리의 순환과 재활용입니다. 전기차 배터리는 수명이 다해도 곧장 폐기되는 것이 아니라, 재사용,재활용 과정을 거치며 2차 생명을 얻게 됩니다. 실제로 유럽과 일본 등에서는 배터리 리사이클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재활용된 배터리는 에너지 저장장치 등으로 사용되거나 배터리 내 금속 원소를 추출해 신제품 제조에 재투입됩니다. 이렇게 하면 배터리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발자국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재생에너지와의 결합입니다. 태양광, 풍력 등 친환경 에너지원을 활용해 자가 충전하거나, 재생에너지 전력 판매 사업자를 통해 전기를 공급받는 것이 진짜 친환경 전기차 소유의 기본입니다. 최근에는 그린 인증 전기나 에너지 프로슈머 등 새로운 소비 형태가 나타나면서, 전기차 오너들도 점차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인식의 변화도 필요합니다. 무조건적으로 전기차는 무공해라고 믿기보다는 생산부터 폐기, 재활용까지 전 과정에서 탄소 발자국을 꼼꼼히 따지는 전주기적 환경 책임이 요구됩니다. 이처럼 전기차의 친환경성은 개인의 소비 습관, 에너지 생산 방식, 배터리 재활용 등 다양한 요소가 종합적으로 맞물릴 때 비로소 실현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